아이는 학교에서 진행한 상담내용을 토대로 상담센터에서 상담 10회를 받기로 했다.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등 다양한데 그 중 놀이치료를 권해 주셨고 별 다른 생각없이 알아서 잘 추천해 주셨겠거니 생각하고 일러주신 곳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받으러 갈 때까지도 소아정신과센터? 정도로 알고 갔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마음이 아픈 거니 병원을 가 봐야지~" 라고 말했는데, 가 보니 병원이 아니고 상담센터였다. ;;; 무지한 엄마.
엄마와 아빠에겐 설문지를 주시고 상담사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셨다.
빼곡한 질문들을 눈도 침침한데 겨우 읽으며 질문에 답을 체크했다.
'비치되어 있는 돋보기 없나?'
센터는 병원과는 좀 다른 가벼운 느낌이랄까?
신경정신과는 마음부터 묵직하고 가라앉는데, 상담센터는 마음이 좀 편했다.
29살 즈음 처음으로 신경정신과를 찾았던 그 때의 무거운 마음이 올라오려고 할 때, 쑤욱 내려갔다고 할까?
아무튼 조용한 대기실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몇 장의 질문지에 집중했다.
처음 간 거라 40분 정도? 상담을 했고 다음은 내 차례였다.
상담사의 첫 마디는 아이가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었다.
말이 없는 아이는 아니다. 재잘재잘 귀에서 피가 날 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전학 후로는 학교에서 재잘 거릴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랬겠지...
때마침 3월부터 바빠진 엄마 때문에 집에서도 대화할 일이 없었겠지... ㅜㅜ
아빠는 원래부터 바빴던 사람이라 대화가 없었고...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 뻗는다고 아이는 상담사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많은 말을 했던 것 같다.
학교 상담선생님도 같은 얘길 하셨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데 집에서도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니? 라는 질문에
"우리집은 밥 먹을 때 얘길 안해요," 라고 했단다.
깜짝 놀랐다. 너가 안 하는 거 아니었니? ㅡㅡ;;;
신혼 때부터 나의 식탁에서의 바람은 오로지 하나였다.
밥 먹을 때 대화하기!
핸드폰도 티비도 NO!
그런데 남편은 여전히 혼자 핸드폰을 보며 (심지어 밥도 주말에나 같이 먹는데..)
그 모습에 아이들도 영상을 보며 밥을 먹을 때가 많았다.
기운이 남을 때야 "다 치워!" 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요즘엔 그냥 될대로 되라~ 하고 잔소리도 안 했던 것 같다.
근데 아이는 밥 먹을 때 대화가 하고 싶었던 걸까?
참...
"xx 네는 식사 중에 말 안하는 게 규칙인가요?" 라고 묻는 상담사님... 어이가 없었다.
대화의 흐름이 어느새 남편과 나의 관계로 넘어갔고
아이를 교육이나 생활습관 등등에 관여하지 않는 무심한 남편이라는 푸념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는 고집스런 아내라고 평을 하려나...
아이가 센터를 다니기로 했을 때, 이 참에 부부상담도 받아보자고 했었다.
그래서 부부상담도 잠깐 얘기를 했다.
다음 상담 때는 남편도 같이 상담할 수 있게 오시라고...
(둘째와 차에서 놀고 있었다.)
사실 더 많은 얘길 할 수 있었으나 오늘은 처음이라 다음 상담 날을 예약하고 마무리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엽기떡볶이를 포장해서 집에 와서 서둘러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예약해 두었던 보드게임카페도 같이 갔다.
며칠 전 "최근에 엄마랑 둘이 논 적이 없는 것 같아~" 라는 말에 마음이 또 짠해서 ㅜㅜ
그런데 아이가 보드게임을 하면서 "엄마처럼 영상 틀어놓고 해야지?" 라는 것이다.
"뭐? 무슨 소리야?" "엄마 예전에 나랑 바둑 둘 때 옆에 핸드폰 영상 틀어 놓고 했었잖아~"
;;;;; 그랬던가... 지루하긴 했었는데... 그래서 너 차례일 때 핸드폰을 좀 만지작 거렸던가;;;
언제적 일인데 잊어버리지도 않고 갑자기 찔리게 그렇게 말을 하는지;;;
이래서 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고 하나보다.
오랜만에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 모두 나름 만족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
저녁을 먹으면서 상담 때 무슨 얘길 했냐고 물었는데, 별 말 안했다는 듯이 얘길 했다.
그런데 뉘앙스가 상담사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는 투여서 맘에 걸렸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는데, 상담도 잘 못하면 독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노파심이면 다행이지만 걱정을 만드는 타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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