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오늘도 계속 되었다.
원래 불안이 높은 아이이긴 했지만...
집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는데, 놀고 나서 숙제를 한다는 아이.
난 또 지고 말았다. 1시간 놀고 남은 30분 동안 숙제를 하려니 수업 시간이 다가오며 조급해졌고 아이는 울면서 숙제를 했다.
"그러니까 먼저 하고 놀라고 했잖니..." 이 얘기를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그래도 오늘은 숙제량이 많지 않아서 대충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아이도 아마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고 그래도 편한 친구들이라 농담도 섞어 가며 문제도 풀고 수업도 들었는데, 편한 농담이 지나쳤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그 농담을 점점 안 받아주는 것이다.
남편도 그렇다. 자기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난 재미가 없는데, 그런류의 농담을 10년 째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이가 아빠를 닮은 건가? 싶었다.
어쨌든 농담은 이어졌고 다른 아이들의 무시는 내 눈에도 보일 정도여서 나도 슬슬 화가 났다.
" xx아, 그만 얘기하고 문제 풀렴~"
"xx아, 그만!"
몇 번의 꾸지람을 듣고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나" "떨어져" "죽고 싶어" 라고 입모양을 했다.
휴.. 속상하거나 화가나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는 걸테니 전문가를 찾는 수 밖에 없는 걸까...
수업이 끝나고 아이는 수학은 좋지만, 수업은 싫다고 했다.
저들이 자기를 따돌린다는 걸 아이도 눈치챈 거겠지..
'그래,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그 시간에 다른 무언갈 하자.'라고 얘기했다.

저녁엔 아빠가 아이의 비위를 좀 맞춰주었다. 맛있는 라면도 끓여주고 영어숙제도 좀 봐주고...
그래도 밤이 되면서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지 끊임없이 걱정하고 좌절하며 자학한다.
죽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갈수도 없고, 다시 태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거나 풀, 벌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도 끝이 없다.
그러다 문득, 남동생은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해서 톡을 했다.
'아이가 우울해 한다. 넌 어땠니?' 라고 장문의 톡을 보냈다.
지금의 아이와는 다른 사춘기를 보냈노라고 답장이 왔다.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 문득 내 20살이 생각이 났다.
대학을 들어감과 동시에 머리를 박박밀었던 그 때가...
수능을 보고 "난 대학 가자마자 머리를 밀거야!" 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었고 입학식 전날 미리 학교 기숙사에 갔던지라 짐을 풀고 근처 미용실로 가서 머리를 밀었었다.
다음 날, 입학식에 오신 부모님은 내 민머리를 보셨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난 그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를 밀었지만, 그걸 실천한 딸을 본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갑자기 너무 죄송해졌다.
지금의 내가 아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목이 메이는 것처럼 내 부모님도 생각없이 뱉은 내 말과 행동에 가슴 철렁한 일이 많았겠지...
아이는 오늘도 울면서 잠들었다.
나도 울면서 아이를 토닥거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