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우울증일까? ADHD일까?

오전에 학교 번호로 전화가 왔다.
02로 시작하는 번호니 광고인가? 생각하며 안 받았는데, 2번이나 같은 번호로 연락이 와서 뒤늦게 콜백을 했다.
"xx초등학교입니다." 라는 안내멘트에 "애들한테 무슨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다.
우선 둘째 반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한 적이 없다며 아무일 없이 수업받는 중이라고 하셨다.
첫째 반으로 전화를 했다.
역시 전화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통화가 된 김에 여쭤볼 게 있다는 담임선생님...
"오늘 점심시간에 아이가 <4층에서 떨어지면 죽나요?>라는 질문을 해서 깜짝 놀랐어요~"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 때까지도 대수롭지 않았다.
"사실 그런 얘길 자주해요. 자기 맘대로 되지 않을 때요. 어제도 그런 얘길 하길래 반응해 주면 더 할까봐 별 일 아닌 듯 흘려넘겼습니다." 라고...
또, 학교 운동장에서 활동을 할 때 아이가 "먼저 교실 가 있으면 안 되요?" 라고 했단다.
몇 번 그랬던 것 같고, 불안이 있는 아이라 혼자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같이 운동장에 있었다고 한다.
전학온 게 문제였을까?
친한 친구가 있어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성향이 많이 다른 아이라 힘들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25년 교직 생활 중에 이런 얘길 한 아이는 거의 없었어요. "라고 하시는데, 뭔가 크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아이와 다시 얘기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끊임없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엄마한테 혼났을 때, 아빠한테 혼났을 때, 친한 친구와 싸웠을 때, 좋아하는 남자애가 고백을 거절했을 때
이유는 너무 많았다.
그래도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나였기에 아이도 그런 충동을 느낀다고만 생각했다.
아이와 나는 다른데 말이다...
갑자기 덜컥 겁이 나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후가 되었고
담임선생님께 전화 한통을 또 받았다.
"어머님, 아이 심리검사 결과가 관심군으로 나왔어요. 내일 상담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사실 지난 해 심리검사에도 아이는 관심군으로 나왔다.
담임샘은 전화를 하셨고 "어머님, 너무 심각하게 검사하신 거 아닌가요? 다시 한 번 보낼 테니 좀 더 생각해보시고 체크해 주세요~" 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검사하고 아이는 정상으로 결과가 나왔던지 그 후 전화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얘기없이 상담을 받아봐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거기다대고 "다시 한 번 검사해도 될까요?" 라고 하기엔 이미 아이는 심리가 불안한 아이였다.
"네, 상담 받을게요."
하교길에 아이를 만났다. 다른 친구와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둘러 "숙제해야 돼 빨리가자~" 라고 하며 서둘러 그 자릴 나왔다.
예의를 제대로 가르친 적은 없다.
예의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싫기도 했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했던 수없이 말했던 부모님이 싫어서 였을까?
예의는 스스로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10살이 넘도록 스스로 배우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오늘 같은 경우도...
친구와 친구의 엄마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서둘러 아이와 집으로 왔다.
숙제를 못했다며 불안해 하는 아이.
'그러니 어제 미리 해 놓지.' 라고 잔소리 할만 했지만,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다 못 한 숙제와 아이들이 놀릴 것 같아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는 아이.
흠.. 뭐가 잘못 된 걸까...
결국 아이는 친구들의 핀잔을 들어야했고 또 기분이 상했다. 요즘 감정기복이 자주 바뀌는 것 같긴 하다.
저녁엔 둘째 친구네를 가야 해서 아이를 혼자 두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혼자두는 게 맘에 걸렸다.
빨리 돌아오고 싶은데, 둘째는 자꾸 더 놀겠다고 하고...
그 집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요즘은 9시에 영상보는 걸 멈춘다.
그 후부터 잘 준비도 하고 숙제도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아이는 겨우 목욕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하릴없이 돌아다니거나 자겠다고 뒹굴거리고 동생이 숙제하는 걸 지켜보았다.
예전같으면 아이들 보고 스스로 자라고 하고 난 내 할일을 했을 텐데 오늘은 같이 누웠다.
셋이 누워 잠깐 얘길하다보니 둘째는 금방 잠들었고
첫째와 나는 첫째방으로 옮겨서 같이 누웠다.
아이는 "나중에 커서 대단한 위인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난 이 세상에서 없어도 되지 않을까?" 란다.
언제부터 이런 압박을 느꼈을까?
온갖 곳에서 보고 들은 좋은 말을 해 줬다.
"엄마처럼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도 대단한거다. 너는 엄마,아빠의 아들로서 이미 충분히 중요한 사람이다. ..."
아이 귀에 들어갔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내 얘길 들으며 한참 울었다.
전학와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게 힘들었다면 전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까?
아이는 그럼 상처를 안 받을까?
나는 아이를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학업 스트레스면 학원을 다 끊고 놀려야 하나?
그럼 영상을 더 많이 볼텐데 그게 맞는 걸까?
일을 시작한 게 잘못이었나?
내일 상담하고 나면 아이에 대해 조금 알게 될까?
공부에 집중할 때에 이게 무슨 일인지...
ADHD 약식검사에서도 안 좋다고 나오고...
첫째 고민에 빠져서 둘째에게 웃어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고...
엄마는 강하다는데 난 엄마가 아닌가보다.